PC에볼루션, 한 가족의 민낯이 드러나는 세 번의 저녁 식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인간 본성을 깊이 탐구하게 합니다. 연상의 프리랜서 번역가 연경(김희애) 부부는 시부모 간병까지 맡으며 희생적인 삶을 살아가고, 윤리적 딜레마를 개의치 않고 돈 되는 일에만 몰두하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그의 젊은 아내 지수(수현)는 다른 형태의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죠. 세 인물들이 함께 마주하는 식사 자리는 서로의 숨겨진 민낯을 드러내는 무대가 됩니다.
이 영화는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하며, 본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되었습니다. 리메이크가 여러 번 이루어진 건 이 작품이 그만큼 세계적으로 매력적이라는 뜻이죠. 특히 한국판에서는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장년 세대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어, 한국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영화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고, 허진호 감독의 연출과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이 돋보입니다. 이 작품에서 네 사람은 자녀의 범죄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맞닥뜨리고, 정의와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게 됩니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이들의 이중성, 정의를 밝히고자 하는 도리, 그리고 이를 묵인하려는 태도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내가 이 상황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원작에서는 다양성과 인종 차별을 중요한 주제로 삼았지만, 한국판은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 즉 '낀 세대'의 혼란을 접목하여 각색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중장년 세대가 겪는 이중적 부담과 PC에볼루션의 과정 속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적 딜레마를 강조합니다. 부모로서의 책임과 자녀를 지키려는 본능, 그리고 사회적 정의라는 가치가 얽히며, 이는 PC에볼루션 속의 개인과 가족 간 관계의 변화와도 맞물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 영화는 밥상머리에서 시작되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통해 교육과 가정 내에서의 윤리적 가치관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합니다. PC에볼루션이란 키워드는 단순히 기술의 진화를 넘어, 가족 내의 관계와 세대 간의 변화까지도 의미합니다. 부모의 행동이 곧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그로 인한 결과는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죠.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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