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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이미테이션 볼륨을 조금 더

강빛나는 작은 라디오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것은 다온이가 준 유일한 기억이었다. 가브리엘의 말처럼 모든 것이 변했고,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딘가 막연한 불안함이 깃들고 있었다. "너나 다온이 둘 중에 하나는 죽는다"는 말이 아직도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며 귓가에 울려 퍼졌다. 빛나는 혼란스러웠지만, 다온을 지키겠다는 마음만은 분명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라디오의 볼륨을 조금 더 높였다.


라도이미테이션 볼륨을 조금 더


그 라디오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온이 말하던 '라도이미테이션'이었다. 다온은 가끔 이 라디오로 자신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냈다. 그가 좋아하던 곡들이 흘러나올 때면, 마치 그 순간만큼은 이 세상의 모든 불행에서 벗어난 것처럼 행복해 보였다. 그것이 바로 라도이미테이션이었다.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다른 세상에 빠져들 수 있는 도구. 빛나는 그런 다온을 지켜보며 항상 그를 이해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다온이 이 라디오를 남긴 후 그의 흔적은 더 이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추자도에서 김남길이 작은 배에 올라타며 더운 날씨에 힘들어하던 모습처럼, 빛나 역시 마음의 무게로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실의 벽은 차갑고 높았다. 가브리엘의 예언대로라면 다온과 빛나 중 하나는 반드시 사라져야만 했다. 하지만 빛나는 그 예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다온이 지옥에 갈 걱정은 그럴 필요 없다"며 다온을 안심시키려는 빛나의 말은 실은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자신이 다온을 지키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이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는 라도이미테이션을 통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다온의 흔적을 좇았다. 때로는 차승원이 김남길에게 건넨 것처럼, 작은 유머와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다. 라디오에서는 차승원의 목소리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빛나는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며 다온과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여름, 그때의 햇살, 그리고 그때의 다온. 다온이 바라던 세상, 그가 말하던 자유와 희망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빛나는 다온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해야 했다. 그것은 분명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그녀가 가진 이 작은 라디오, 다온이 남긴 라도이미테이션은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현실을 이겨내고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였다. 다온이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말처럼, 빛나는 그를 지킬 유일한 방법을 선택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그녀는 앞으로 나아갔다.


수령인의 이야기처럼, 삶은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이었다. 복권 당첨금이라는 희망을 쫓던 아이들처럼, 빛나 역시 다온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나갔다. 그녀는 단순히 라디오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속에 다온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찾았다. 그 힘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작지만 강력했다. 라도이미테이션은 이제 그녀에게 있어 다온과의 연결고리이자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았다. 그녀와 다온 중 하나가 사라져야 한다는 가브리엘의 말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다온이 그녀에게 남긴 라디오 속의 음악과 희망이었다. 빛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다온을 기억하고, 그가 바라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게 바로 다온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빛나는 그것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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